책소개
잊을 수 없는 인물, 절묘한 플롯, 현대적이고 심오한 주제, 정밀한 문장
최고의 문학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
이언 매큐언의 숨은 걸작을 새롭게 만나다!
이언 매큐언에게1997에서 2001년에 이르는 이 짧은 기간은 작가로서의 역량이 절정에 달한 시기였다. 1997년 『견딜 수 없는 사랑』을 발표했고, 그다음 해에는 『암스테르담』, 그리고 2001년에는 『속죄』 등 문제작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일약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서게 된다.
그중에서 『견딜 수 없는 사랑』은 발표 당시 빌 브라이슨을 비롯한 수많은 작가와 비평가들의 열렬한 반응 속에 [뉴욕 타임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뜨거운 화제를 모으면서 일찌감치 부커상 수상이 기대되었으나 이언 매큐언의 운은 그다음 해였고 수상작은 『암스테르담』이었다. 전세계 문학계의 관심이 부커상 수상작에 쏠리면서 작가의 야심작인 『견딜 수 없는 사랑』은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게 되었다.
기이하고 강렬한 인물이 등장하는 심리드라마 『견딜 수 없는 사랑』은 의미심장한 주제와 눈부신 스타일로 평단과 독자의 열광을 이끌며 작가적 역량의 절정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오래 절판 상태였던 이 숨은 걸작을 그의 작품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속죄』의 번역가 한정아의 섬세한 번역으로 복복서가에서 새롭게 펴낸다.
강력하고 흡입력 넘치는 도입부라는 평이 쏟아졌던 만큼 이 소설은 시작하자마자 마치 그리스 비극과도 같이 독자를 인물들의 운명 속으로 던져놓는다. 그런 다음, 날카롭고 생생한 심리묘사를 통하여 지적이고 자신만만한 한 인물의 추락을 마치 옆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경험하도록 만든다.
아름다운 들판에서 오랜만에 만난 연인과 한가롭게 소풍을 즐기려던 유명 과학저술가 조 로즈는 아이 혼자 타고 있는 헬륨 기구가 위태롭게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을 발견하고 사방에서 모여든 네 남자들과 함께 기구를 붙들기 위해 달려가 밧줄에 매달린다. 그러나 돌풍이 불어닥쳐 그들 모두를 허공으로 들어올린다. 모두가 계속 밧줄을 잡고 있다면 어쩌면 아이를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 하나라도 밧줄을 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기구는 더 높이 떠오를 것이고 비극이 일어날 것이다.
결국 비극이 벌어진다. 죄책감과 두려움을 느끼기도 전에 조 로즈의 눈 앞에 문제적 인물이 나타나 사랑과 용서의 얼굴을 한 광기의 세계로 그를 밀어넣으면서 이야기는 돌연 예측불가능한 곳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저자
이언 매큐언 (지은이), 한정아 (옮긴이)
출판사리뷰
비극적 사고, 낯선 자와의 눈맞춤
그후 모든 게 변했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구축된 세계로 끌려들어가면서부터
조는 클래리사와 안정된 사랑을 가꾸며 완벽히 정돈된 삶을 살고 있었다. 사고 현장에 함께 있었던 패리라는 남자와 얽히기 전까지는. 정확하고 신중하며 합리적인 조의 정신은 이해불가능한 존재인 패리와 만나면서 균형을 잃는다. 패리가 하는 말, 패리가 보이는 감정, 패리가 암시하는 모든 것에 이성과 과학으로 맞서지만 싸움은 쉽지 않다. 스토커인 패리는 오히려 조에게 왜 자기를 자꾸 끌어들이냐며 그 책임을 묻는다.
“언제 나를 놔줄 거야? 당신한테 온통 지배당하고 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근데 왜 당신이 하는 짓을 인정하지 않는 거지? 왜 자꾸 내가 하는 말을 모르는 척해? 그리고 그 신호들 말이야, 조. 왜 계속 켜놓는 거야?” (p138)
조는 패리의 논리도 이유도 없는 열정과 광적인 확신에 맞서 삶의 전부를 걸고 투쟁하지만, 휘저어진 무의식적 감정은 마침내 그를 파국으로 이끈다.
반전의 반전의 반전, 영문학의 거장이 쓴 심리스릴러
사랑과 용서, 그리고 우리가 안다고 믿는 것에 대한 문학적 탐구
『견딜 수 없는 사랑』이 작가의 숨은 걸작인 이유가 오직 휘몰아치는 서스펜스와 유려한 심리 묘사 때문만은 아니다. 이 작품을 유기적으로 관통하는 의미심장한 주제들 때문이다. 비록 1997년에 쓰여졌지만 작품의 문제의식은 오히려 2020년대인 지금에 더 어울리는 것처럼 보인다. 광신자들이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를 무너뜨리면서 시작한 21세기는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갈등과 충돌로 얼룩졌다.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경향, 가짜뉴스의 범람, 타인을 조종하려는 나르시시즘적 개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세상에서 이언 매큐언은 이성과 감정, 사랑과 집착, 과학과 종교, 직관과 논리의 이항대립 속에 인물들을 밀어넣고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주제들을 함께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있다. 사랑은 과연 무엇이며, 인간은 왜 신과 용서를 필요로 하는가, 종교 없는 사랑, 혹은 과학적 합리주의로 광신의 공격을 이겨낼 수 있을까? 신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인간들은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까? 작가는 또한 상반된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들의 대립과 충돌, 그리고 무엇보다 플롯 자체를 통해 진실이란 무엇이며 우리가 인식하고 믿는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묻는다.
마지막으로, 소설 말미에 부록으로 첨부된 자료를 그냥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작가가 너무도 그럴듯하게 창작한 나머지 많은 이들이 곧이곧대로 믿었고, 급기야는 정신의학계에 종사하는 전문가 중에서도 실제 사례로 오인한 경우가 있었다. 그 부록까지 꼼꼼히 읽은 후에 아마 독자들은 다시 소설의 첫 장을 펼치고 싶어질 것이다. 그리고 부록의 비밀을 알고 난 후에는 또다른 관점으로 소설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심상하게 넘겼던 표현들이 하나하나 의미심장한 아이러니로 이루어져 있음을 깨닫게 되고 『견딜 수 없는 사랑』을 관통하고 있는 또하나의 이야기를 발견하면서 풍성한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추천의 말
최면에 걸린 듯 읽게 된다. _선데이 텔레그래프
격한 공포와 감당하기 힘든 파토스의 결합, 이언 매큐언의 특장이 최고조로 발휘된 소설. 비교를 불허하는 서사적 기교가 절묘하고도 유려하게 녹아들어 있는 작품. _가디언
거장만이 보여줄 수 있는 픽션의 정교함과 지성으로 인물들의 은밀한 감정과 삶을 탐사한다. _옵저버
완벽하게 쓰여진 소설. 이언 매큐언은 가장 말이 없으면서 명쾌한 스타일리스트로, 한 단어도 낭비하거나 더듬대는 법이 없다. _뉴욕 리뷰오브북스
흥분을 자아내는 내러티브와 팽팽한 서스펜스. _선데이 타임스
“이언 매큐언의 소설에는 묘한 서늘함이 있다. 그의 산문은 날카롭게 정련되어 있고 과학에 대한 그의 강한 관심은 이야기에 임상적인 분위기를 드리우지만, 소설을 관통하는 감정의 깊이를 느끼는 데 지장을 주는 건 결코 아니다. 한 정신 질환에 대한 독창적이고 고도로 지적인 연구이자 사랑이 초래할 수 있는 충격적인 위험을 상기시키는 『견딜 수 없는 사랑』은 그 어떤 작품보다도 이런 특징이 확실하고 강렬하게 드러난 소설이다. 매큐언이 그리는 제드 패리의 광기 어린 열정은 조와 클래리사 사이의 진정한 열정에 대한 왜곡된 거울상이며 그 자체로 사랑의 어떤 속성을 폭로하는 특이한 관점이기도 하다. 자료는 실재하지 않는 것 같지만, 매큐언은 그 자료로 놀라운 소설을 빚어냈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독창적이고 잊기 힘든 문장으로.” _ Jonathan Yardley, 워싱턴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