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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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명
9788932038315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시일
2021-04-16
여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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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인간은 타오르는 열정을 마음대로 멈출 없고,
꺼져가는 열정을 마음대로 이어갈 수도 없다.”
여성, 사랑, 결혼이라는 문제를 탐구한 전방위적 지식인 드니 디드로의
편의 에세이와 편의 콩트

우리에게 『백과전서』의 책임 편집자로 알려진 18세기 프랑스 계몽사상가 드니 디드로의 작품집 『여성에 대하여-그리고 , 사랑, 결혼에 관한 3부작』(주미사 옮김) 새롭게 리뉴얼된문지 스펙트럼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사상가이면서 예술 이론가, 소설가, 극작가, 자연철학자였던 드니 디드로는 당대 학문 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전방위적인 지식인이었다. 책은 이렇듯 다방면에 걸쳐 있는 그의 학문적 관심사 가운데 여성과 사랑, 결혼의 주제를 다룬 편의 에세이(「여성에 대하여」) 편의 콩트(「이것은 콩트가 아니다」 「드라카를리에르 부인」 『부갱빌 여행기 부록 혹은 A B 대화』) 묶은 것으로, 특히 편의 콩트는, 사랑, 결혼에 관한 3부작 이루고 있다.
소설가로서의 그는 20세기 들어 뒤늦게 주목을 받았다. 이는 디드로 생전에 출간되지 않다가 사후에 수고본이 발견되는 등의 우여곡절 탓이기도 했지만, 장르를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특이한 글쓰기 방식 때문이기도 했다. 책에 수록된, 사랑, 결혼에 관한 3부작 비롯해 『라모의 조카』 『운명론자 자크』 등의 소설에서 디드로는 인물이 등장해 철학적 대화를 나누는 대화체 글쓰기를 선보인다. 인물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제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말하면서도 서로 탈선과 끼어들기를 반복해 흐름을 방해하는데, 이로 인해 그의 소설은 ‘18세기의 누보로망이라는 별명을 얻은 있다. 이런 글쓰기 방식은 하나만을 진리라 주장하면서 삶의 다양한 결을 무시하지 않고, 단순하게 대답하기 어려운 자신의 딜레마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목적이 있었다.

 

저자소개

저자드니 디드로

 

18세기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철학자, 극작가, 소설가, 예술 이론가. 1713 프랑스 랑그르에서 태어났다. 랑그르와 파리의 예수회 학교에서 공부하고 1732 파리 대학에서 현재의 바칼로레아에 해당하는 문학사 자격을 획득했다. 1735년에는 소르본 대학교에서 현재의 학사 학위에 해당하는 신학사 자격을 획득했으나 성직을 포기했다. 지적 방랑을 하던 끝에 샤프스베리의 『가치와 미덕에 대한 에세이』 등을 번역하면서 문필가의 삶을 시작했고, 이후 『맹인에 관한 서한』을 쓰면서 무신론적 경향 때문에 투옥되기도 했다. 수많은 탄압과 검열, 분열 속에서도 20 년에 걸쳐 『백과전서』의 책임 편집을 맡았다. 작업은 수학자 달랑베르를 감수자로 하고, 볼테르, 몽테스키외, 루소 당대 지식인들을 총동원하여 1751년에 1권을 시작으로, 1772년에 이르러서야 완성되었다. 18세기의 철저했던 유물론자로서, 최신 생물학이나 화학을 도입한 그의 사고 속에는 이미 진화론이나 변증법이 예고되어 있었다. 레싱이나 괴테 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주요 작품으로 철학서 『달랑베르의 꿈』 등이, 희곡 「가장」 「사생아」 등이, 소설 『수녀』 『라모의 조카』 『운명론자 자크』 등이, 문학 예술론으로 『리처드슨 예찬』 『살롱』 『회화에 대하여』 등이 있다.

 

목차

여성에 대하여
이것은 콩트가 아니다
드라카를리에르 부인-특정 행위에 대한 여론의 비일관성에 대하여
부갱빌 여행기 부록 혹은 A B 대화-도덕관념을 포함하지 않는 육체 행위들에 도덕관념을 적용하는 일의 부적절함에 대하여

옮긴이의
작가 연보

책 속으로

거의 모든 나라들에서 여성에게 부과하는 계율의 가혹함은 자연의 가혹함에 덧붙여져 있다. 여성들은 마치 모자란 아이들처럼 취급받아왔다. 문명국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지 못하는 억압과 모욕이란 없다. 여성이 마음대로 있는 것이라고는 복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은 가정의 불화를 초래하고, 나라가 점차 이런저런 풍습을 갖춰감에 따라 갖가지로 경멸을 받게 된다. 원시인이 여성에게 가하지 못하는 모욕도 없다. 여성은 도시에서 불행하고 깊은 숲속에서는 불행하다. (「여성에 대하여」, 21~22)

하지만 사람들은 내게 말할 것이다. …… 사람이 사랑하다 변심할 수도 있다고, 여성들을 별로 믿지 않는다고 뽐내듯 말하면서도 명예와 정직성을 잃지 않을 있다고, 인간은 타오르는 열정을 마음대로 멈출 수도 없고 꺼져가는 열정을 마음대로 이어갈 수도 없다고, 끝없이 상상의 죄악들을 창안해내지 않아도 불한당 소리를 들을 만한 남자들은 이미 집에도 거리에도 충분히 많다고. 사람들은 내가 어떤 여성도 배신하지도 속이지도 버리지도 않았느냐고 물을 거다. 질문에 대답하면 계속 다른 반박이 나올 거고, 최후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끝없이 논쟁이 이어질 거다. 하지만 양심에 손을 얹고 말해보라. 당신, 연인을 속이고 배반하는 사람들을 옹호하는 당신은 툴루즈의 의사를 과연 친구로 삼겠는지?…… 머뭇거린다? 그럼 얘긴 끝난 거다. 당신이 경애를 바칠 모든 여성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바라 마지않는다. (「이것은 콩트가 아니다」, 79)

기사님! 저는 당신께 자신과 재산을 바칠 겁니다. 의지와 환상 전부를 맡기렵니다. 당신은 제게 세상 전부가 거예요. 하지만 당신에게 저도 세상 전부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거기 미치면 만족할 수가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지금 당신에게 유일한 여성입니다. 물론 제게 당신도 그러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저보다 사랑스러운 여성을 만날 수도 있고, 저도 매력적으로 보이는 남성을 만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실제로든 단지 생각만으로든 근사한 사람을 만났다는 점이 바람피우는 일을 합리화시킨다면 이상 사회에 도덕이란 없을 겁니다. 저는 도덕적이고, 도덕적이길 원하며 당신도 그렇기를 원합니다. (「드라카를리에르 부인」, 92~93)

느끼고 생각하고 자유로운 사람이 자기와 비슷한 다른 사람의 소유물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라도 반자연적이야. 도대체 그런 권리가 어디에서 나오지? 자네 나라에서는 감성과 사고와 욕망과 의지가 없어서 버리든 취하든 간직하든 교환하든 고통을 느끼지도 불평을 해대지도 않는 것과, 결코 교환될 수도 소유될 수도 없으며 자유와 의지와 욕망을 지니고 잠시 증여될 있는 것이 아니라 주면 영원히 주고 거부하면 영원히 거부하는, 특성을 잊지 않고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 어떤 거래의 결과가 없는 존재를 혼동하고 있다는 모르겠나? 그건 존재의 보편 법칙에 위배되는 걸세. (『부갱빌 여행기 부록 혹은 A B 대화』, 157~158)

우리 안에 있는 변덕을 금하고 우리에게 원래 존재하지도 않는 정절을 요구하면서 남자와 여자를 영원히 연결해놓고 그럼으로써 남녀의 본성과 자유를 훼손하는 , 쾌락 중에서 가장 변덕스러운 쾌락을 항상 똑같은 개인에게만 한정시키는 정절이란 , 한순간도 똑같지 않은 하늘 아래서, 붕괴될 위험이 있는 동굴 속에서, 먼지로 전락할 바위 아래서, 나무 밑동 앞에서, 흔들리는 위에서, 육체를 지닌 존재가 영원히 변치 않으리라 약속하는 것처럼 정신 나간 일이 있을 같나? (『부갱빌 여행기 부록 혹은 A B 대화』, 158)

A :
목적이 그렇게 엄숙하고 자연이 가장 강력한 흡인력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그런 행위, 쾌락들 중에서 가장 위대하고 부드럽고 무구한 행위가 어떻게 해서 우리의 타락과 불행의 가장 원천이 걸까요?
B :
오루가 사제한테 이유를 번이나 말해주었지요. 그럼 다시 한번 듣고 이젠 기억하도록 해보세요.
-
여성의 소유를 사유재산화한 남성의 독재 때문에.
-
혼인에 여러 조건을 달아놓은 풍속과 관습들 때문에.
-
결혼을 끝없는 형식에 복속시킨 시민법 때문에.
-
재산과 서열의 다양성으로, 기우는 결혼이니 맞는 결혼이니 제도화시킨 우리 사회의 본성 때문에.
-
아이의 출생은 국부의 증대로 여겨지지만 가정에서는 자주, 그리고 확실히 가난하게 만드는 일로 여겨지는, 실재하는 모든 사회에 공통된 이상한 모순 때문에.
-
모든 것을 자신들의 이익과 안전으로 가져가는 군주들의 정치적 견해들 때문에.
-
아무 도덕성도 없는 행위들에 선과 악이란 이름들을 갖다 붙이는 종교 제도들 때문에. (『부갱빌 여행기 부록 혹은 A B 대화』, 196)

A :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할까요? 자연으로 돌아갈까요? 그래도 법에 복종할까요?
B :
우리는 불합리한 법들이 고쳐질 때까지 그것에 맞서서 말할 겁니다.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에는 그것들에 복종할 겁니다. 개인적 권위에 입각해 악법을 위반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좋은 법을 위반하는 일마저 정당화하니까요. (『부갱빌 여행기 부록 혹은 A B 대화』, 203

출판사 서평

욕망과 이성, 자유와 도덕의 사이에서
자신의 딜레마를 끝까지 대면한 사상가의 글쓰기

디드로는 성과 사랑, 욕망과 변심 등을 주요 주제로 삼아 수많은 글을 내려갔다. 주제들에 대해서도 그의 글쓰기는 철학과 행동윤리가 부딪히는 딜레마를 자체로 드러낸다. 모든 것을 앞에 내보이길 원했던 계몽의 시대, 성과 사랑은 인간 행동의 근원에 자리한 자연적 행동으로 조명받는다. 따라서 이를 구속하고 정절과 지조를 요구하는 문명사회의 성도덕은 디드로에게 반자연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그는 구체적인 삶에 기반한 도덕을 찾고, 공동체의 행복과 미덕의 증진을 추구하는 계몽사상가이기도 했다. 문명사회의 성도덕이 지닌 허구성을 논박하지만, 사랑의 변심이나 가없는 성적 자유를 무조건 옹호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무엇보다 디드로는 문명사회의 성도덕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욱 가혹하게 적용된다는 주목한다. 그는 많은 여성이 사회적 평판과 여론, 정절과 지조의 이데올로기 등에 억압당하는 현실을 보고 원인을 분석한다. 사회 속에서 남성보다 여성에게 성적 억압이 더욱 행사되는가? 디드로는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불리하게 만든 원인으로 여성의 신체적 조건을 검토하면서도, 당대 유럽의 교육과 관습이 여성과 남성의 성차를 더욱 강화해왔다는 점을 비판한다. 그렇다고 그가 원시사회를 이상향으로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여성이 능력을 계발하는 문명사회가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파한다.

문명사회는 여성에게 구원의 가능성으로 존재한다

책에 실린 에세이 「여성에 대하여」는 뒤이어 나오는, 사랑, 결혼에 관한 3부작 시론이라 만한 작품으로, 디드로의 여성관을 비교적 직접적으로 파악할 있게 해준다. 여성이 처한 운명과 삶에 대해 연민과 격정이 담긴 어조로 쓰인 글은 당대의 생물학과 의학 지식을 동원해 여성의 신체적 특성을 관찰한다. 또한 사랑에 대한 여성의 몰입과 헌신, 평판에 대한 두려움, 수치심과 질투 등을 묘사하면서 이것이 생리학적 특징과 더불어 사회적 제약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밝힌다.
「이것은 콩트가 아니다」는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사랑의 비극적인 결말을 다룬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자신의 뛰어난 재능으로 헌신했지만 결국 이용만 당한 버려진 여자,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에게 돈을 벌어다 주기 위해 러시아로 떠났다가 죽고 남자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연민 섞인 어조로 쓰였지만, 문명사회에서 윤리적인 것으로 생각되곤 하는 정절과 지조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해서 변심과 배반을 이상화하는 것은 아니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만물에서 변함없는 사랑이 과연 가능할지를 회의하는 것이다.
「드라카를리에르 부인」 역시 마찬가지로 사랑의 서약과 배신, 그로 인해 치닫는 파국을 따른다. 작품은 배타적인 사랑의 약속이나 헌신이 인간의 자연적 본능에 위배되기에, 상대방의 변심이나 일탈을 방지하는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냉정히 분석한다. 한발 나아가 변치 않는 사랑과 정절에 대한 맹세가 사유재산 제도에서 비롯되었다는 , 소유할 없는 인간을 사유재산으로 생각하는 데서 벌어진 오해가 비극을 낳았다는 생각을 펼쳐 보인다. 또한특정 행위에 대한 여론의 비일관성에 대하여라는 부제에서 있듯 사람의 사적 영역을 사회규범의 아래 종속시키고, 스스로를 타인의 평판과 시선의 노예로 전락시키는 문제가 지적된다.
『부갱빌 여행기 부록 혹은 A B 대화』는 수학자 부갱빌이 세계 일주를 다녀와 여행기 『세계 일주』에 대한 서평이자 가상의 부록으로 쓰인 작품이다. 타히티 견문록이라 있는 부갱빌의 여행기를 인물 A B 함께 읽으며, 타히티 노인의 연설, 타히티 원주민 오루와 프랑스인 사제의 대화 등을 액자 구성으로 들려준다. 분량을 차지하는 오루와 사제의 대화에서 둘은 타히티 사회의 풍속을 이야기하는 한편, 가톨릭 사제의 독신 규율이나 문명사회의 결혼 제도 당대 유럽의 인위적인 풍속을 문제 삼는다.
그렇지만 여행기를 읽는 A B 문명사회의 대립항으로 등장하는 타히티 사회를 이상화하지는 않는다. 콩트의 말미에 A B 자연과 문명에 관해 나누는 토론은 성의 파라다이스로 보였던 타히티 풍속이 약자의 권리를 고려하지 않으며, 따라서 문명사회의 속박이 오히려 약자에게는 구원의 가능성으로 존재할 있다는 점을 독자로 하여금 자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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