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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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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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명
9788983717467
출판사
반비
출시일
2015-11-13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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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TV 뉴스와 신문 기사에는 하루가 머다 하고 잔혹한 사건 사고가 보도된다. 동서양을 막론한 왕따 사건, 묻지마 살인, 총기난사까지, 점점 더 많아지고 잔인해지는 심리장애의 징후들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의 저자이자 저명한 정신분석학자인 파울 페르하에허는 그 원인을 신자유주의 시스템에서 찾는다. 특히 교육, 학문, 보건 제도처럼 간단히 효율성을 평가할 수 없는 분야를 간단히 평가하려고 하면서 생겨나는 문제점들은 치명적이다.

 

가령, 연구자나 교수들은 내담자들을 사회에 적응시키기 위해 훈육이나 약물처방을 남용하고, 문제는 개인에게 있으며 개인이 바뀌면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저자는 자기인식과 자기변화가 공동체의 자기인식이나 변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드러내며, 온갖 창의적이고 끈질긴 노력을 기울이는 전통적인 방법이야말로 지금의 시스템에서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목차


서문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

 

1부 정체성 형성 과정이 달라졌다

 

1장 정체성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정체성이 있는가

정체성은 동화와 분리라는 양 극단의 긴장지대에서 만들어진다

우리는 우리의 뇌가 아니다

가족 서사와 민족 서사

자존감과 자기혐오

우리가 습득하거나 습득하지 않은 가치관 및 규범들

공격성과 공포, 동일성과 차이의 균형

정체성은 이데올로기다

 

2장 윤리

자아실현에서 자기부정까지

고대의 윤리: 좋은 관습이 좋은 성격이다

기독교의 윤리: 인간은 철저히 나쁘다

급진적 프로테스탄트, 급진적 상인, 급진적 과학자의 탄생

초월성과 자기부정의 의미와 효과

 

3장 인간과 과학(학문)

불변성에 대한 믿음이 깨지다

유토피아의 꿈

진화를 진보로 착각하다

측정 가능성, 향상 가능성

종교의 기능을 물려받은 과학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강박

개인의 진짜 본성을 만개시키는 계발

 

4장 본성이라는 신화

생물학과 유전학의 극단적 전용

본성이냐 양육이냐

윤리와 생물학을 제대로 이어보자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다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긴장 혹은 균형

그렇다면 본성은?

 

막간

심리장애는 사회적인 것이다

 

2부 우리의 가장 나쁜 측면을 장려하는 사회

 

5장 엔론 사회

역사상 가장 잘 살지만 가장 기분이 나쁜 사람들

새로운 서사: 신자유주의

신자유주의 능력주의: 그렇게 똑똑한데 왜 돈을 못 버니

경제의 옷을 입은 사회진화론

지식 공장이 된 대학

건강 기업이 된 병원

품질은 왜 이렇게 떨어지는가

사회적 결과들

 

6장 새로운 세대의 정체성

광고와 언론의 메시지가 만들어낸 새로운 세대의 정체성

이전까지 도덕적 발달의 일반적 과정

공갈젖꼭지를 못 뗀 아이들

만들거나 부수거나

공동체 윤리가 사라진 곳에 계약서가 들어서다

개인과 조직 간의 부정적 사이클

새로운 인성의 특징

무기력한 자유로움

 

7장 장애를 대량생산 하는 사회

심리학자들은 왜 모두 의사가 되려고 하나

질병 모델이라는 지배적 패러다임

다시 심리장애는 사회문제다

양극화는 건강에 해롭다

심리장애가 실패의 증거이자 실패가 곧 심리장애인 사회

훈육이 치료를 대체하다

아버지의 실종과 콜센터의 증가

 

8장 좋은 삶

지배자의 권력과 일하는 사람의 권한을 구분하라

효율성과 행복을 모두 고려하는 노동환경

양적인 평가보다 질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우리가 변하는 수밖에 없다

딥 프레임을 건드리면 행동도 바뀐다

자기배려를 이기심과 구분하기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균형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미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소개

 

저자 : 파울 페르하에허

 

저자 파울 페르하에허는 벨기에 헨트 대학의 교수이자 정신분석학자이다. 1998년에 출간된 고독한 시대의 사랑은 학술서임에도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어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고 2008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2000년 출간된 정상성과 장애들에 관하여의 영어판은 괴테상을 수상했다. 2000년 이후로 세계정신분석학회(IPA)의 후원하에 신경과학과 정신분석학의 관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0년에는 뉴욕에 거주하는 세계적인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제안으로 그녀의 작품 세계에 관한 에세이를 집필하기도 했다. 2012년에 출간된 이 책은 여러 차례에 걸쳐 행해진 강연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출간 즉시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

 

 

역자 : 장혜경

 

역자 장혜경은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학술교류처 장학생으로 독일 하노버에서 공부했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 나는 왜 너를 선택했는가, 바보들의 심리학, 사랑의 코드, 피의 문화사, 오노 요코, 누구나 혼자입니다, 이타주의자가 지배한다, 방황의 기술, 마지막 사진 한 장, 해적당, 권력의 언어, 우리의 노동은 왜 우울한가, 백일야화, 사물의 심리학, 어떻게 일할 것인가』 『날것의 요리, 매혹의 요리사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도대체 요즘엔 왜 이렇게 싸이코가 많을까?”

정신분석학의 대가가 파헤친 신자유주의 경제의 심리적 부작용들

 

이 시대에 우리가 누구이고, 우리에게 어떤 미래가 열려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단연코 이 책은 우리를 환영에서 깨어나게 해줄 강력한 해독제가 될 것이다. _맹정현(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패러다임)

 

아도르노와 동료들은 권위주의적 인성을 해부함으로써 무엇이 파시즘을 가능케 했는지 밝혀주었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적 인성을 어떻게 해부할 것인가. 파울 페르하에허는 그 과제를 떠맡는다. 이 책은 정치적인 올바름에서 새로운 인종주의까지 우리를 휘젓는 은밀한 광기를 총체적으로 조감한다. _서동진(사회학자,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

 

읽는 내내 지금 우리 사회가 닥친 문제를 거울로 비추어주는 듯해 소름이 돋았다. 도대체 요새 사람들은 왜 이런지 답답하고 궁금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_하지현(정신과 전문의,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점점 더 많아지고 잔혹해지는 심리장애의 징후들, 그 원인은 무엇인가?

 

왕따에서 묻지마 살인, 총기난사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전의 공격성과는 질적으로 다른 심리적 증상들이 늘어나고 있다.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파울 페르하에허는 그 원인을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우리의 정체성 형성 과정, 인성 발달 과정을 완전히 뒤집어놓은 데서 찾는다. 철학사와 윤리학사, 종교사에서부터 뇌과학, 동물행동학, 정신분석학, 그리고 언론 기사들과 개인적인 체험을 오가며 명쾌하게 입증해낸다. 그리고 이것이 왜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 ‘내 아이의 일인지 섬뜩하게 납득시킨다. 또 이를 극복할 개인적이고도 공동체적인 대안을 모색한다.

 

우리는 인간의 가장 나쁜 측면을 장려하는 경제체제 속에서 살고 있다

 

최근 심리적 문제의 양상들이 이전과 다르다는 것, 더 심각해지고 더 다양해지고 더 많아졌다는 것은 피부로 느껴지는 사실이다. 이전보다 더 고비용의 보육과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이전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공격성과 부적응을 보인다. 모범생으로 분류되던 아이가 교실에 폭발물을 설치하는 일이 일어나고, 왕따와 이지매가 발생하는 연령대는 점점 낮아져 이제 유치원에서도 폭력 문제를 고민할 정도다.

게다가 이런 심리적 문제의 파장은 대단히 폭넓게 사회 전반을 아우른다. 육아는 놀라울 정도로 편리한 발명품들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더 힘들어졌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직원들은 직장에 대한 만족도나 충성도가 이전보다 떨어진다.(‘팀 정신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많은 경영기법들이 개발되고 적용되지만, 실제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형편없이 팀웍이 떨어지고 잘해야 같이 시스템을 욕하는 정도에서 동료애를 확인할 뿐이다.) 기술의 눈부신 발전 속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소비재의 질은 점점 떨어진다. 외식업계와 식품업계가 온갖 메뉴를 개발하지만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적어지고 비용도 점점 비싸진다. 문화상품들은 큰돈을 투자해 겨우 추억팔이를 하는 데 만족하고, 자잘한 방송 사고와 신문기사의 오류들은 점점 많아지며, 책 속 오역이나 오탈자들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을 근본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웬만해선 사회 비판적 언급을 자제하는 저명한 정신분석가가 입을 열었다. 파울 페르하에허는 특히 엔론 사회라는 이름으로 직장과 학교와 병원에서의 변화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이 변화들은 줄여서 신자유주의화라고 부를 수 있고, ‘수량화와 성과주의(능력주의)의 도입에 따른 질적 퇴보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교육, 학문, 보건 제도처럼 간단히 효율성을 평가할 수 없는 분야를 간단히 평가하려고 하면서 생겨나는 문제들은 아주 치명적이다.

학교에서는 연구자나 교수들은 성과를 내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지만 연구는 점점 더 부정확해지고 실험 결과 조작 같은 문제들이 야기된다. 정신 보건 업계에서는 유전학과 뇌과학이 헤게모니를 장악하면서 심리학자들이 모두 의사가 되려고 한다. 또 그런 과학적 권위를 앞세워 장애를 대량생산해내고, 내담자들을 사회에 적응시키기 위한 훈육이나 약물처방을 남용한다.

 

플랑드르에선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린이집에서도 발달 목표를 정한다. “아이들이 갖추어야 할일련의 기본 자질이란다. 최근 내 친구는 어린이집 교사한테서 아이의 가위 쓰는 능력이 기준에 못 미친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 판결은 젊은 부모들의 공포심을 유발시킨다.(179)

 

동전에는 뒷면이 있다. 이 시대의 동전에도 피할 수 없는 이면이 있다.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숫자가 날로 늘어나는 현실이다. 열 살만 되어도 벌써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향후 정체성은 패배감 위에 세워진다(179)

 

연구자의 수업 능력과 참여도를 다방면에서 살펴보던 평가 방법이 불과 15년 만에 결과물, 요샛말로 아웃풋을 계산하고 평가하는 방식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조금이라도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은 평가에서 제외하고 그냥 포기해버린다. 교육과 사회적 유용성 같은 측면은 의미를 잃고, 중점은 거의 연구와 프로젝트쪽으로 옮아가 버렸다. 연구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나온 출판물의 숫자만 중요하다. 그마저 자국 언어로 쓴 논문은 쳐주지도 않는다. 국제적인 출판물만 가치를 인정해준다. 여기서 국제적이란 영어권의 완곡어법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젠 영어만으로도 안 된다. 소위 ‘A1 저널스로 불리는 한 줌의 최고 잡지들만 인정이 된다. 현재 국제적인(즉 앵글로색슨의) 요강은 이러하다. 학자들은 최고 랭킹의 잡지에서 득점을 해야 한다! 그사이 최신 기준이 보급되면서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최고의 학자는 제일 많은 연구 지원금을 확보하는 사람이며, 특허권도 제시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다. 바로 이 지점이야말로 교육과 경제의 결합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143)

 

역설적이게도 이런 종류의 품질 감시는 네덜란드의 슈타펠 사건에서 독일 대학들의 박사학위 사기 사건에 이르기까지 엔론과 똑같은 거짓과 위조를 몰고 온다. 네덜란드의 사회심리학 교수 디데리크 슈타펠은 방대한 경험 연구와 최고 잡지에 발표한 수많은 논문 덕분에 최근까지만 해도 자기 전공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의 연구 대부분이 위조로 밝혀졌고 거의 모든 신문이 논문 발표에 대한 과도한 압박감과 살인적인 경쟁을 이 사건의 원인으로 꼽았다. 20098월에는 독일에서도 박사학위를 둘러싼 대규모 사기극이 적발되었다. 여러 대학에서 약 수백 명의 교수가 연루된 사건이었다. 많은 대학 교수들이 이렇게 발각된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아무도 큰 소리로 털어놓지 못한다. 이런 구체적인 조작 말고도 더 큰 문제가 우리를 가로막고 있다. 대부분의 연구 결과가 부정확한 것이다. 이 역시 경쟁과 출판의 압박에 따른 것이다. 학자들은 곰곰이 고민하고 깊게 파고들 시간 여유가 없다. 스탠퍼드 대학의 유명한 전염병학자 존 이오애니디스는 2005왜 출판된 연구 결과들이 대부분 위조인가라는 획기적인 논문을 썼다. 그리고 20114월 네이메헌 라드바우드 대학의 강연에서는 6년이 지났어도 전혀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144~145)

 

모든 직원들은 절약하라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는다. 하지만 정작 엄청난 돈이 쓸데없는 일에 낭비되고 있는 현실을 목도한다. 새 이름과 그에 걸맞은, 하지만 누구도 믿지 못할(“우리는 당신을 위해 여기 있습니다!”) 슬로건을 생각해낸 자문 위원, 혹은 새로운(전문가들에게서 절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뿐더러 비용도 예상보다 두 배는 더 들 거라는 경고를 받은) 회계 프로그램을 개발한 자문 위원에게 포상금이 쏟아진다. 최고의 간병 인력, 중점 연구, 전문가 집단 같은 미사여구를 폭탄처럼 쏟아붓는 것도 이들의 증상 중 하나이다. 정신과에선 그런 식의 증상에 나르시시즘적 인격장애라는 진단을 내린다.(151)

 

심리학 전성시대와 과학주의 함정들

 

앞서 언급한 심리학 분야의 변화는 최근 10여 년 동안 시장 상황이 (그나마) 가장 탄탄했던 심리학 분야 출판물의 제목들을 훑어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독해지라거나 내려놓으라거나 단순해지라는 등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훈육하는 책들이 많다. 문제는 개인에게 있으며 개인이 바뀌면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심리학 책과 자기계발서의 경계는 허물어진 지 오래다.

이 책 역시 심리학 책이고 어떻게 하면 지금의 불균형 상태를 되돌리고 행복한 삶, 좋은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제안도 담고 있다. 다만 그러한 자기인식과 자기변화가 공동체의 자기인식이나 변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엄연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차이다.

사실 사회적인 측면을 외면하고 개인에 집중하는 책들이 사회에 대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요즘 사람들이 너무 책임감이 없고 게으르고 나약하다거나 혹은 너무 이기적이고 신경증적이라는 여러 불평불만은 복지국가의 한계를 지적하는 논리로 곧잘 사용된다. 이는 서구에서나 한국에서나 사회보장 시스템을 보완하려 할 때마다 등장하는 고전적인 반대 근거다. 게다가 이런 논리는 과학적인 외피를 쓰고 있지만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진화를 진보로 오독하는 사회진화론의 논리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정신 보건 분야에서 유전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다. 또 뇌과학을 통해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는 신경장애들 역시 제한적이다. 장애와 비장애를 가르는 판단 자체가 사회적 규범과 가치판단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는 연구들이 적지 않지만 이미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과학주의라는 믿음을 깨뜨리기는 어렵다.

특히 과학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은 최근 심리학과 인문학이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가 신자유주의 능력주의라고 부르는 교육 능력주의와 경제 능력주의의 결합은 그렇게 똑똑한데 왜 돈은 못 버니?’라는 빈정거림으로 요약된다. 수량화 할 수 있고 측정할 수 있는 성공, 즉 물질적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들은 모두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치부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제 지성적이라는 말은 욕설이나 다름없다고 일갈한다.

 

과학주의의 진실은 종교의 진실보다 토론을 덜 허용하며 과학주의자와의 토론은 종교인과의 토론보다 더 가망이 없다는 폴란드 철학자 레셰크 코와코프스키의 말은 이 지점에서 정당성을 얻는다. 소위 비판적 사고라는 명분을 내건 과학주의자들이 학문에 접근하는 일체의 다른 방식을 참지 못하는 것은 정말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84)

 

이제 인간에게는 자신을 경험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고 심리학은 진짜 진정한 원초적 자아 같은 개념들을 남발했다. 안타깝게도 집에서는 자기 체험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기에 인도나 네팔 같은 장소를 찾아야 했다. 그곳까지 갈 형편이 못 되면 심리치료의 대안적 형태들과 결합된 각종 의식 확장 기법들을 이용하면 된다.(86)

 

새천년이 시작될 즈음 자기 자신의 경험자기 자신의 창조가 되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젊은 몸이다. 최신 트렌드(피트니스에서 줌바까지)를 놓치지 않으려면 피트니스클럽으로 달려가야 하며, 그래도 안 되면 보톡스와 성형수술이 기다리고 있다. 영원한 젊음과 섹시한 몸이 메시지이고, 서른 번째 생일은 재앙과 동의어이다. 이 시기엔 특정한 심리장애도 급증했다. 자해와 섭식장애, 우울증, 인격장애 같은 것들이다. 앞의 두 장애는 몸과 관련이 있고 뒤의 두 장애는 정체성과 관련된다.(86)

 

물론 몇 가지 심리장애에선 유전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미 많건 적건 입증이 된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들을 뺀 나머지 장애는 아무도 원인을 알 수 없다. 차라리 점쟁이한테 물어보는 편이 낫다. 더구나 심리적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는 항상 비정상의 의미를 암시한다. 즉 규범, 그것도 사회규범에서의 이탈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회적 기준을 도외시한 채 심리의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를 밝혀냈다는 실험은 여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전문용어로 말하면 생물학적 표식이 없는 실험이다. 그런데도 신경생물학과 두뇌에 대한 현재의 과민반응은 이런 현실을 외면한다.(117)

 

이런 형태의 원치 않는 친밀함은 주로 미국 의료 산업의 전략이다. 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기사를 가장한 광고를 일간지에 싣거나,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의료 상담 프로그램을 맡거나(발기부전이라고요? 편하게 말씀해보세요.) 사이비 환자 협회를 결성하여 버스의 광고판을 돈을 주고 빌린 다음 특정 장애와 특정 의약품에 대중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당연히 우리의 건강에 해롭다. 최소한 우리 모두 조만간 집단 우울증 환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건강 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는 것도 다 이런 이유 탓이다.(148)

 

내 전공 분야(심리진단학과 심리치료)는 불과 몇 십 년 만에 180도로 달라졌다. 진단 기준이 사회규범의 일탈 여부로 바뀌는 동안 치료의 목표로 다시 규범의 준수를 강요하게 된 것이다. 또 하나의 증상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바로 인식의 변화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장애인이란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진리에 더 근접한 사람이었다. 2008년에 나온 영화 레벌루셔너리 로드만 봐도 진리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입에서 나온다. 하지만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 요즘 환자들은 장애인일 뿐 아니라 철저히 위험하다. 노르웨이의 테러 사건 주범 브레이비크가 대표적인 모델이다.(222)

 

하지만 지배적인 신자유주의 사고 모델은 이런 연구 결과를 불문에 부치고 원인 대신 이 현상의 결과에만 관심을 보인다. 구체적으로 말해 규범을 위반하고 장애 증상을 보이는 위험한 타자들, 정신병 환자, 마약쟁이, 청소년, 실업자, 외국인들만 물고 늘어진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런 분야의 시장이야말로 요즘 제일 잘 나간다. 교육 자문, 보충수업, 심리치료, 가족 상담, 그리고 무엇보다 심리사회적 문제의 약품화가 문제의 현장이다. 이 모든 것들이 많은 돈을 벌어주는 사업이 되었다. 그리고 이 시장의 공통분모는 훈육이다.(223)

 

실제 오늘날 미국에서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정신병 환자보다 감옥에 수감된 정신병 환자의 숫자가 세 배는 더 많다. 1840년대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앞에서도 말했듯 규범화와 훈육은 정신의학에 내재한다. 정신의학의 진단들은 어느 정도까지는 늘 이런 평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제는 정신의학이 더 많은 것을 제공해야 하느냐이다. 나는 심리진단학 강의를 할 때 소위 법적심리 진단과 임상 심리 진단을 구분한다. 전자는 집단과 사회의 보호에 기여한다. 필요한 경우 개인에 맞서 집단을 보호한다. 노르웨이 테러범 브레이비크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후자는 개인의 보호에 기여한다. 필요한 경우 사회에 맞서 개인을 보호한다. 제멜바이스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둘 다 필요하기에 임상학자들은 정말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 두 가지 목표를 결합하기가 언제나 용이하진 않기 때문이다.(226)

 

정체성과 윤리와 행복과 좋은 삶은 무슨 관계일까

 

유명인들의 학력 위조, 황우석 사건과 같은 연구 결과 위조, 최근의 폭스바겐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모범생으로 분류되던 중학생의 교실 폭발물 설치, 온갖 증오범죄들, 묻지마 테러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오늘날, 이런 사회 현상들을 가로지르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고민하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윤리와 정체성의 문제로 넘어가야 한다.

정체성이라고 하면 오래 전 도덕이나 윤리 교과서에서 혹은 대학 때 교양 심리학 교재에서 본 것을 끝으로, 혹은 육아책(발달심리학)에서 본 것을 끝으로, 이 단어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지 오래인 독자들이 꽤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정체성의 문제는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현실의 여러 어려움들을 헤쳐 나가기 위해 늘 호출해야 하는 평생의 과제이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 쓰인 글귀 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는 고양된 자기인식 없이는 어떤 사회적 과제도 담당하거나 해결할 수 없다는 오랜 지혜를 담고 있다. ‘정체성의 뜻을 제대로 회복시키는 것은 윤리의 의미를 회복시키는 것이나 거의 비슷하게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다.

이 책에는 웬만한 부모들, 교육자들에게 유익한 실용적인 조언이 가득하다. 교과서에 나오는 발달이론이 오늘날 현실과 어떻게 다른지 변화된 정체성 형성 과정이 어떤 문제들을 가져오는지 생생하게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애착과 분리의 이론과 현실을 이렇게 업데이트된 버전으로 정리한 육아책은 만나기 쉽지 않다.

또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윤리관부터 기독교적 가치관, 계몽주의의 가치관, 기독교 체제의 해체 이후에 나타났지만 종교보다도 완고한 데이터에 대한 맹신을 불러온 과학주의의 발흥, 그리고 진화를 진보로 오독하고 사회 진보와 개인의 계발을 부추기는 새로운 다윈주의의 득세에 이르기까지 수 페이지 안에 일필휘지로 윤리의 역사를 일별하는 저자의 내공은 놀라울 정도다.

저자가 좋은 삶을 위해 제안하는 것들은 새롭지는 않다. 이기심과 구분되는 자기배려에 집중하기, 일하는 사람의 권한을 지배자의 권력과 구분하고 인정하기, 그리고 무엇보다 근본적으로는 결핍의미로 바꾸기 위해 (학문이든 예술이든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 온갖 창의적이고 끈질긴 노력을 기울이기. 인간의 조건을 끌어안는 이런 전통적인 방법이야말로 지금의 시스템에서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삶을 힘들게 하는 온갖 구질구질한 규정들 탓에 우리는 윤리의 원래 의미를 놓치고 있다. 정확히 말해 규범과 가치는 자신의 신체 및 타인의 신체를 대하는 방식이다.(49)

 

지금과 같은 정치적 올바름의 시대에 도덕적 비판을 포함한 가치만단이란 모두가 애당초 의심스럽기에 그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49)

 

아이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면서 올바른 결정을 배우는 과정에는 부모 외에 다른 규범과 가치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모든 것이 수많은 책과 영화의 주제가 되는 그 유명한 어른 되기(coming of age)’를 지원한다. 동시에 이런 책과 영화는 거꾸로 청소년의 거울이 되기도 한다. 이건 어려워, 저건 재미있어. 이런 실수는 할 수 있어. 이건 검고 이건 희지만 둘 사이엔 찬란한 무지개 색깔들이 있어. 이런 과정들을 거쳐 양육은 교양(Bildung), 즉 교육과 문화적 성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풍성한 문화일수록 동화의 팔레트는 더 넓다. 여기서 중요한 요인은 지식이지만, 도덕적이고 실존적인 결정이 뒤따르기 때문에 순수 자연과학적 지식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지식이다. 고대 그리스의 지혜(Phronesis)에 더 가깝다. 절대적인 대답이나 보편적 해결책은 어리석음과 공포의 다른 이름이다.(167)

 

부모와 가족의 영향력은 예전에 비해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아이가 잘못되면 여전히 화살은 부모에게 돌아간다. 거기에 광고로 뒤덮인 언론은 올바른 제품만 사면 모든 욕망이 충족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쉬지 않고 송출해댄다. 이렇게 권위는 사라지고 환경은 광고로 뒤덮이니 아이들을 다루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것이다.(168)

 

내가 성숙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모든 교육은 때가 되면 언젠가는 결정적인 전환점에 도달한다. 내가 약간 비장한 마음으로 결핍이라 부르고 싶은 힘든 상태를 스스로 해결하는 법을 익혀야 하는 순간이다. 엄마가 항상 옆에 있지는 않고 아빠도 슈퍼 대디가 아니다. 설사 부모가 곁에 있어도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정상적으로 애정을 갖고 자식을 대한다 해도 필연적으로 실망하는 순간이 온다. 어떤 현실도, 어떤 제품도 우리의 욕망과 욕구에 대한 완벽하고 확정된 대답은 줄 수 없다. 교육의 질은 한 아이가 이 피할 수 없는 실망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171)

 

 

 

이런 실존적 문제들과 마주치는 순간 전형적인 인간의 특징이 고개를 들이민다. 가능한 모든 대답을 생각해내는 창조성 말이다. 인간은 집단일 때도 창조성을 발휘한다. 따라서 결핍의 해소를 위해 점점 더 큰 단위가 형성된다. 이중에서 종교와 예술이 가장 오래된 형태이며, 학문이 가장 최근의 형태이다. 물론 이 단위들 중 무엇도 최종 해답을 줄 수는 없다. 때문에 우리는 계속하여 대답을 찾는다. 결핍 상황에 대한 확정된 대답이 없다는 인식은 물론이고, 그럼에도 대답을 찾으려는 지속적인 노력은 성공한 교육의 징후이다. 부모가 자신들이 줄 수 있는 것에는 물질적인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한 사람의 모든 소망을 다 들어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자식에게 가르친 것이다. 우리가 받거나 주는 것은 결코 최종 답변이 아니다. 라캉이 사랑의 가장 아름다운 정의를 내렸다. “사랑은 갖지 않은 것을 주는 것이다.”(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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