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에스트프랑스문학상, 쥘리메상, 베르시옹페미나상, 랑데르노상을 비롯해 프랑스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떠오르는 작가 롤라 라퐁의 장편 소설. 미국 언론재벌의 상속자 퍼트리샤 허스트가 좌파 무장단체 SLA에게 납치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실화소설이다. 1974년 2월 4일 사건 발생 당시, 언론과 대중은 퍼트리샤 허스트가 납치범에게 세뇌, 동화됐다고 믿었고, 퍼트리샤 허스트는 지금까지도 인질이 인질범에게 동화되는 현상을 일컫는 ‘스톡홀름신드롬’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17일》은 17일 동안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을 조사해 보고서를 쓰는 임무를 맡은 두 여성, 30대 미국인 진 네베바와 10대 프랑스인 비올렌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퍼트리샤의 심리를 따라가며 사건의 이면을 파헤친다.

목차
- 1975년 10월
- 1일째
- 2일째
- 3일째
- 4일째
- 5일째
- 6일째
- 7일째
- 8일째
- 9일째
- 10일째
- 11일째
- 12일째
- 13일째
- 14일째
- 15일째
- 17일째
- 17일째 밤
- 감사의 말
- 옮긴이의 말
■ 저
저자소개
저자 : 롤라 라퐁작가 정보관심작가 등록
Lola Lafon소설가이자 음악가. 프랑스인 아버지와 루마니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에서 유년을 보냈다. 프랑스 소르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첫 번째 소설 《협상 불가능한 열병》을 발표한 이후, 《나는 그것으로 위안받네》 《우리는 폭풍을 예감하는 새들이다》 《절대 웃지 않는 작은 공산주의자》, 공쿠르상 후보작 《전복시키다》 등 여러 작품을 출간했다. 그의 작품은 12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우에스트프랑스문학상, 쥘리메상, 베르시옹페미나상, 랑데르노상을 비롯한 프랑스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2017년 발표하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17일》은 프랑스 문학비평지 《리브르 엡도》가 주관하는 ‘서점인이 꼽은 최고의 책’ 중 하나이자, 주간지 《르 주르날 뒤 디망슈》와 공영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가 꼽은 ‘2017년 10대 문학 작품’으로 선정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역자 : 이재형작가 정보관심작가 등록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원대학교, 상명여대 강사를 지냈다. 지금은 프랑스에 머무르면서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프로이트: 그의 생애와 사상(마르트 로베르, 문예출판사), 마법의 백과사전(까트린 끄노, 열린책들), 지구는 우리의 조국(에드가 모랭, 문예출판사), 밤의 노예(미셸 오스트, 문예출판사), 말빌(로베르 메를르, 책세상), 세월의 거품(보리스 비앙, 웅진), 신혼여행(파트릭 모디아노, 동아출판사), 레이스 뜨는 여자(파스칼 레네, 부키), 눈 이야기(조르주 바타유, 푸른숲), 시티 오브 조이(도미니크 라피에르, 문예출판사) 등이 있다.
출판사리뷰
미국인 네베바와 프랑스인 비올렌,
‘퍼트리샤 세뇌설’을 입증할 보고서를 쓰다
“퍼트리샤 허스트에 대해서 알든 모르든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23쪽)
1974년 2월 4일. 언론재벌 허스트가의 상속자인 퍼트리샤 허스트가 좌파 무장단체 SLA에게 인질로 납치된다. 두 달 뒤 퍼트리샤는 ‘타니아’로 개명하고, SLA의 일원이 되어 은행강도사건을 연출한다. 인질범에게 동조하는 듯한 퍼트리샤의 모습에 미국 사회는 충격에 휩싸인다. 퍼트리샤의 변호인단은 그녀가 무장단체에게 세뇌되었다고 주장하고, 미국인 진 네베바와 프랑스인 비올렌은 단 17일 만에 퍼트리샤 허스트의 재판에 유리하게 작용할 보고서 작성 임무를 맡는다. 퍼트리샤의 전향은 SLA의 세뇌인가, 자신의 선택인가? 퍼트리샤와 타니아, 과연 무엇이 그녀의 진짜 모습인가?
과연 퍼트리샤는 스톡홀름신드롬의 피해자일까
‘해석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말하기’를 선택한 여성들의 이야기
“제가 도망쳐서 어디로 간단 말인가요?”
이것은 어른들은 귀 기울이지 않는 대답이었습니다.(276쪽)
《17일》은 당시 미국 사회를 뒤흔든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을 바탕으로 쓴 실화소설이다. 퍼트리샤 허스트는 1974년 2월 4일 납치될 때부터 2001년 1월 20일 특별사면될 때까지, 그리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그 이름이 세간의 가십거리로 소비되었다. 영화 〈시민 케인〉(1941)에서 주인공 케인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입지전적 인물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손녀가 납치된 점, 퍼트리샤를 납치한 SLA가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라고 허스트가에 요구한 것, SLA와 함께 은행강도사건을 연출한 퍼트리샤가 찍힌 CCTV 기록, SLA의 일원임을 선언하며 무장을 하고 찍은 퍼트리샤의 사진 등, 모든 것이 자극적인 이야기를 좇는 언론과 대중의 구미에 들어맞았다. 퍼트리샤는 SLA가 FBI에 의해 무력진압된 후, 도주한 지 1년 4개월 만에 체포되었는데, 재판에서 그녀는 그 모든 일이 SLA에게 세뇌되어 한 행동이기에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퍼트리샤의 SLA로의 전향에 대한 더 이상의 해석은 불가능하게 되었고, 퍼트리샤 허스트는 인질이 세뇌나 생존본능에 의해 인질범에게 동조하는 증세나 현상을 일컫는 심리학 용어인 ‘스톡홀름신드롬’의 대표 사례로 알려졌다. 롤라 라퐁은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과 기록을 넘어서 퍼트리샤 허스트가 음성과 글로 여러 차례 남긴 메시지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 사건에 다른 진실이 있을 수 있음을 가정하고, 상상력을 동원해 퍼트리샤 허스트 사건을 전혀 다른 각도로 재구성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30대 교수와 얌전한 10대 소녀,
17일의 조사가 남긴 것들에 대하여
“내가 생각하기에 네 해석은 좀 편협한 것 같아.
이 사건들이 왜 일어났을까라는 생각은 안 해보았니?”(42쪽)
《17일》은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을 큰 축으로, 네베바와 비올렌이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과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개 ‘레니’와 함께 사는 30대 여성인 진 네베바는 1970년에 베트남전쟁 반전시위에 참여한 활동가이자 화려한 언변과 날 선 비판으로 주목받는 페미니스트, 19세기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 붙잡힌 소녀들에 대한 논문을 쓴 연구자이다. 10대 소녀인 비올렌은 여느 또래와 달리 10대들의 관심사에는 무관심하고, 탐욕스러운 세계와 거리를 두기 위해 소식하며, 안락한 삶에 저항하는 젊은 세대이다. 네베바는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과 그 언론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전쟁, 혁명 등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비올렌의 순진한 생각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리고 비올렌이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느끼는 불화에 주목하며 그녀가 누군가의 주장에 끌려가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갖기를 은연중에 독려한다. 한편, 비올렌은 선구적 인물인 네베바의 카리스마에 매료되어 그녀의 생각, 시각, 삶의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 소설 속에서 네베바는 퍼트리샤의 선택이 세뇌도 악마화도 아닌 그녀의 자유의지라는 결론을 내리는데, 이는 롤라 라퐁이 이 이야기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역자 이재형은 롤라 라퐁이 “젊은 여성들이 그들의 꿈에 더 잘 부응하는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발견하는 과정”에 주목하며, 이것이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또 다른 정치의 길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17일》은 네베바와 비올렌이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사건’의 전모를 전복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이 돌봄의 주체도, 유순한 자녀도, 페미니스트의 심볼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의 중요성을 독자들에게 일깨운다.